사회적 금기와 도덕적 의무감에 앞서
주체적 자아를 바로 세우고 싶었던 여자 이야기

19세기 후반의 미국 남부 사회를 배경으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고 영혼의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애쓴, 여주인공 에드나의 삶과 죽음을 다룬 여성주의 비극소설이다. 19세기 후반인 그 당시만 해도 ‘자아’, 특히 ‘여성의 자아’는 불확실하고 낯선 개념이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미국 문학사에서 여성의 자주적인 삶을 진지하게 탐구하여 시대를 앞선 통찰력 있는 의식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두 아들의 ‘엄마’로서 에드나는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물질적 풍요와 안락한 생활을 누리며 산다. 하지만 그 이면엔 고독한 삶이 감춰져 있다. 이러한 삶의 비극은 우선, 에드나 자신이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고 현실 세계에서 어느 정도 품위를 유지하며 살기 위해 낭만과 꿈의 세계로 가는 문을 굳게 닫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한 그 선택에서 파생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한 사람의 여자를 인격을 지닌 의지적 주체로 보지 않고 남편의 소유물로 보는 남성 중심의 권위적이고 억압된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에 있다. 작가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었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더 진실하고 분별 있게 이해하고 창조의 의욕을 불태우며 자기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