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의 유일한 소설이다. 황량한 자연을 무대로 펼쳐지는 격정과 증오를 제3자의 회상체 형식으로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다소 로맨스풍의 분위기인 데다가 주제와 표현 기법에 있어서 당대의 다른 소설들과는 판이하게 달라, 처음 책이 나왔을 때는 내용 이 어둡고 사악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많은 시인, 문학인들에 의해 비로소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현대 최고의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구체적 현실 세계와 그것을 초월한 정신 세계를 강렬한 필치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내 고 있으며 인간의 본질을 잘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다.

1818년 영국 요크셔 주의 손턴에서 영국 국교회 목사의 넷째 딸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잠시 자매들과 함께 기숙학교에 다녔으
나 어린 시절의 대부분은 황량한 황야의 사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보냈다. 1835년 언니 샬럿이 미스 울러 학교에 교사 자리를 구하
자 에밀리는 학생으로 따라갔다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3개월 만에 돌아왔다. 1838년에는 에밀리 자신이 미스 패칫 학교에서 6개
월간 교사 생활을 했다.
샬럿과 에밀리는 가족들이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호어스에 여학교를 열 계획을 세우고, 외국어와 학
교 운영을 배우기 위해 1842년 2월 브뤼셀의 에제 기숙학교에 들어갔으나 10월에 이모가 죽자 에밀리는 호어스로 아주 돌아왔다. 샬럿과 에밀
리, 앤 세 자매는 1846년 필명을 써서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함께 펴냈다. 이 시집에는 에밀리의 시 21편이 실렸는데, 후대의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에밀리에게서 진정한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1847년에는 샬럿의 『제인 에어Jane Eyre』
와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가 차례대로 출간되었다. 『폭풍의 언덕』을 출간한 뒤 에밀리의 건강은 급
속히 나빠지기 시작하여 결국 1848년 12월 19일 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1847년 출간된 『폭풍의 언덕』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허먼 멜빌의 《백경》에 필적하는 명작이라고까지 평가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출판 당시에는 소설에서
느껴지는 음산함과 등장인물들의 야만성, 사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나온 이듬해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저자가 후대인들에게 이렇게 사랑받을 줄 알았더라면 마지막 떠나는 길이 조금은 덜 쓸쓸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