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전」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여느 애정 소설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시대를 거부하고 변혁하려는 작가의 굳센 의지가 담겨 있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당대의 사회 현실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왕족들이 풍류와 예술을 사랑하는 듯하나 사실 그것은 권력자의 호사 취미에 지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앵무새나 화초처럼 지내는 궁중의 여인들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첫째 마당 수성궁에 봄이 오니
둘째 마당 달밤의 슬픈 연인들
셋째 마당 바람을 맞으며 홀로 슬퍼하네
넷째 마당 의심은 꼬리를 물고
다섯째 마당 먹물 한 방울의 인연
여섯째 마당 금지된 사랑은 병이 되어
일곱째 마당 궁녀들, 사랑과 우정에 목숨을 걸다
여덟째 마당 눈물을 먹물 삼아 편지를 쓰다
아홉째 마당 하늘의 인연을 땅에서 잇다
열째 마당 비밀의 사랑, 벼랑 끝에 서다
열한째 마당 비바람에 꽃은 떨어지고
열두째 마당 임이여, 그대를 따라가리라
열셋째 마당 사람은 가도 이야기는 남았네